회사가 담당 임직원을 업무상배임죄로 고소하면서 그 거래의 상대방, 곧 자산을 싸게 산 매수인이나 비싸게 납품한 업체까지 함께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우리는 정상적으로 협상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 문서는 거래 상대방이 공범으로 다뤄지는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기록이 그 판단에 쓰이는지 정리합니다.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배임행위의 거래 상대방이 공동정범이 되려면, 담당자의 행동이 배임이라는 사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2009도5630 판결, 2008도287 판결). 담당자에게 배임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거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깊이 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을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은 원래 자기 이익을 위해 협상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더 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팔려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 활동이어서, 상대 회사 담당자가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대방까지 처벌한다면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인식을 넘어선 적극적인 역할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적극 가담으로 살펴지는 사정
어떤 경우가 적극 가담인지는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로 판단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살펴지는 사정을 정상적인 협상과 나란히 놓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면 | 정상 협상으로 볼 여지 | 적극 가담으로 볼 여지 |
|---|---|---|
| 조건 제안 | 시장 시세를 근거로 한 가격 제시 | 담당자에게 내부 규정을 어기도록 요구 |
| 서류 | 실제 거래대로 작성한 계약서 | 이면 약정, 사실과 다른 서류 작성에 동참 |
| 대금 흐름 | 계약서대로의 지급 | 담당자 쪽으로 되돌아가는 돈의 흐름 |
| 내부 절차 | 상대 회사의 결재를 기다림 | 회사 내부 심사를 피하는 방법을 함께 계획 |
이 표는 판단의 공식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되는 장면을 모은 것입니다.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기보다, 여러 정황이 모여 담당자와 손잡고 거래를 설계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따져집니다.
매수인·납품업체·차주, 장면별로 보면
회사 자산을 싸게 사들인 매수인이라면,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시가 자료를 함께 검토했는지, 아니면 담당자와 미리 가격을 맞춰 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밟았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다른 매수 희망자가 있었는데 담당자와의 관계 덕분에 우선권을 얻었다면 그 경위도 확인 대상입니다.
비싸게 납품한 업체라면 단가를 정한 근거와 실제로 납품한 물량, 품질이 계약 내용과 맞았는지가 중심이 됩니다. 회사 돈을 빌린 차주라면 담보나 상환 계획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대출 심사를 우회하는 방법을 담당자와 함께 의논했는지가 살펴집니다. 장면은 달라도 결국 묻는 것은 같습니다. 상대방이 자기 이익을 위해 협상하는 범위를 넘어 담당자의 임무 위반에 손을 보탰는가입니다.
상대방 쪽이 정리해 둘 기록
거래 상대방이라면 협상 과정 전체를 보여 주는 기록을 시간 순서로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고받은 메일과 회의록, 견적서와 제안서, 다른 거래처와의 조건 비교, 실제 대금 흐름, 그리고 상대 회사 담당자와 개인적인 관계가 있었는지가 기본 항목입니다.
담당자에게 따로 돈이나 이익을 건넨 일이 있었다면 공범 문제와 별개로 배임증재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청탁·리베이트를 다룬 문서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정리할 때는 유리한 자료만 고르지 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화도 함께 꺼내 놓고 경위를 설명할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쪽에서 볼 것
회사가 상대방까지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대방이 배임 사정을 알았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적극 가담을 보여 주는 정황을 특정해야 합니다. 누가 먼저 조건을 제안했는지, 이면 약정이나 돈의 흐름이 있었는지가 핵심 자료입니다.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지는 형사 판단과 별도로 민사에서 따져집니다.
상대방이 거래처로서 오랫동안 이어 온 관계라면, 고소 전에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담당자의 사정을 몰랐거나 정상적인 협상만 했다면 거래 관계가 불필요하게 무너질 수 있고, 회사 쪽도 확인되지 않은 혐의로 분쟁을 키우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협상 당시의 메일과 견적 자료를 먼저 대조해 보고, 적극 가담으로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가려낸 뒤 고소 범위를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당자가 회사 몰래 가격을 깎아 준다는 걸 알았다면 공범인가요?
A.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다만 그 할인을 먼저 요구했는지, 서류나 대금 처리에 함께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거래 상대방이 회사 대표라면 그 회사도 책임을 지나요?
A. 형사 책임은 행위한 사람 개인을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 원칙이고, 회사가 어떤 민사상 책임을 지는지는 별도로 검토됩니다. 대표가 어떤 자격으로 협상에 나섰는지 기록을 정리해 두세요.
정리
거래 상대방은 배임 사정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이 되지 않고, 적극적인 가담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협상 기록과 대금 흐름이 그 판단의 중심 자료입니다. 회사 쪽과 임직원 쪽의 다른 질문은 업무상배임죄 첫 화면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제357조(배임수증재)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 대법원 2009도5630·2008도287 판결(거래상대방의 적극 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