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조건이 회사에 불리했다는 지적은 업무상배임죄 사건에서 가장 흔한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는 사실 하나로 배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져지는 것은 그 조건이 어떤 정보와 절차를 거쳐 정해졌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려는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불리한 계약과 배임 사이의 거리
거래는 협상의 결과입니다. 시장 상황이 나빴거나 자금이 급했거나 거래처를 잃지 않으려고,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판단까지 모두 형사 문제로 삼는다면 누구도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법원은 결정 당시의 정보와 절차를 함께 보고 회사 이익을 위한 판단이었는지를 가립니다.
반대로 결정한 사람이 거래 상대방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거나, 비교 자료 없이 정해진 절차를 건너뛰었거나, 회사가 알아야 할 사정을 감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손해라도 그 손해에 이르는 과정이 어땠는지가 평가를 가르는 셈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장면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얽힌 상대와의 거래
첫째는 결정한 사람 본인이나 가족, 가까운 지인이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회사가 거래 상대방이었던 경우입니다. 이런 관계가 있다고 해서 거래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 그 관계를 알렸는지, 결정 과정에서 스스로 빠졌는지, 다른 업체와 조건을 비교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관계를 숨긴 채 시장보다 나쁜 조건으로 그 회사에 이익이 가도록 거래를 설계한 경우입니다. 회사 규정에 이해관계 신고 절차가 있었다면 그 절차를 거쳤는지가 중요한 기록이 되고, 신고 절차가 없었다면 결재권자나 이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알렸는지가 대신 확인됩니다.
관계를 알렸다는 사실은 말보다 문서로 남아 있을 때 힘을 가집니다. 구두로 보고했다면 그 무렵 주고받은 메일이나 회의 일정표처럼 보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를 함께 찾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를 알린 뒤에도 같은 사람이 단가 협상과 검수를 모두 맡았다면, 회사가 이를 알고 허락했는지도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싸게 판 계약, 비싸게 산 계약
둘째는 자산이나 재고를 시가보다 낮게 넘긴 계약, 장비나 용역을 시가보다 높게 사들인 계약입니다. 이때 출발점은 "그 당시의 시가가 얼마였는가"입니다. 감정평가서, 여러 곳에서 받은 비교 견적, 같은 물건의 과거 거래가가 대표적인 근거 자료입니다.
시가는 하나로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거래 시점, 수량, 대금 지급 조건, 하자나 재고 상태에 따라 적정 가격의 폭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계산한 시가가 아니라 결정할 때 손에 쥐고 있던 자료가 무엇이었는지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 처분해야 할 사정이 있었다면 보관 비용이나 자금 일정처럼 그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도 함께 모읍니다.
용역이나 자문 계약처럼 비교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거래는 더 까다롭습니다. 실제로 어떤 결과물이 납품되었는지, 그 결과물이 회사 업무에 쓰였는지, 비슷한 계약을 맺은 다른 사례와 대금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함께 보아야 대금이 적정했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정 절차를 시간 순서로 묶기
불리한 거래가 문제 되면 다음 자료를 날짜 순서대로 모으는 것이 기본입니다. 회사 쪽이든 결정에 관여한 임직원 쪽이든 순서는 같습니다.
- 검토 요청과 내부 보고서 — 누가 언제 작성했는지
- 시가 자료와 비교 견적 — 몇 곳에서 언제 받았는지
- 결재 경로와 권한 — 전결 규정상 누가 승인할 수 있었는지
- 이사회·위원회 의사록 — 이해관계를 보고했는지
- 계약 이후의 이행 — 대금 지급, 납품, 하자 처리 기록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은 결정 뒤에 생긴 평가를 당시 자료와 섞지 않는 일입니다. 시장이 바뀐 뒤 돌아보면 어떤 결정이든 불리해 보일 수 있으므로, 사후에 작성된 검토 의견은 작성 날짜를 붙여 따로 묶어 둡니다. 결재를 받았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지시와 결재를 다룬 문서에서 더 설명합니다.
회사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때
회사가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때도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다"는 감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가와의 차이가 얼마였는지, 이해관계가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 어떤 절차를 건너뛰었는지를 자료로 특정해야 수사 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함께 책임을 지는지는 별도의 기준으로 따지므로 거래 상대방의 공범 판단 문서를 참고하세요.
결정에 관여한 임직원 쪽이라면 당시 검토했던 다른 선택지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른 업체를 알아봤는데 납기나 품질 때문에 고르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매각을 서둘렀다면 그때 회사가 처한 사정을 날짜와 함께 적어 두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가족 회사와 거래했다는 것만으로 업무상배임죄가 되나요?
A. 특수관계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범죄는 아닙니다. 관계를 회사에 알렸는지, 거래 조건이 시장과 비교해 어땠는지, 결정 절차를 지켰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Q. 급하게 처분하느라 싸게 판 경우도 문제가 되나요?
A. 서둘러야 할 사정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그 상황에서 다른 매수 희망자를 찾아보았는지가 살펴집니다. 자금 일정이나 보관 비용처럼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남겨 두세요.
정리
회사에 불리한 계약이 곧 배임은 아닙니다. 업무상배임죄 여부는 시가 자료, 이해관계, 결정 절차라는 세 묶음의 기록으로 판단됩니다. 같은 사건에서 함께 생길 수 있는 다른 질문은 업무상배임죄 안내에 모아 두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355조 제2항(배임)·제356조(업무상 배임)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